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에겐 힘겹다.
네가 보여주는 감정들이 내겐 그랬다. 무겁고 두렵고 후회스러우면서 복잡했다. 너는 꼭 봄날의 꽃망울처럼 나를 향해 웃음을 터트리지만 나는 그 웃음에 화답할 때마다 목에 가시가 걸린 사람마냥 콜록여야 했다. 네가 나를 향해 웃을 때 보여주는 호의와 애정은 내 속안에서 썩어 들어가는 질척한 감정들과 달라 그렇게 힘이 들었다. 매 순간이 고통이었고 매 순간이 후회였다.
네가 맑게 갠 냇가라면 나는 고여 있는 웅덩이였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항상 그 자리에 매여 스스로에 대한 감정들을 곱씹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너를 사랑하고, 그러다 죄의식에 목이 막히고, 그러다 다시 사랑하는 수밖에 없는 일들이 영원히 반복되고 있었다.
너에게 어떻게 이 감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네게 이것들을 이해하라고 하기엔 나의 죄가 너무 무겁다는 것을. 매 순간 내 입가에 웃음을 덧그릴 때마다, 사실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다고. 네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 감정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너에게 말 할 수 있을까.
이 고통을 끝낼 수도 없다. 나는 내 감정을 끊어낼 수 없고 너의 애정과 호의가 사라진 나는 기둥이 끊어진 폐허처럼 쓰러져 갈 것이다. 나는 무엇 하나 포기하거나 끝낼 수도 없다. 나는 영원히 고통스럽게, 너의 곁을 살아갈 것이다. 그게 나의 죄였다. 나의 구원인 네가 나의 형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