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밤은 모든 과거잖아
어떤 기도는 모든 후회고



스산한 스노우딘의 바람이 텅 빈 거리를 휩쓸었다. 작은 해골 하나가 고개를 든다. 텅빈 눈속에 반짝이는 빨간 눈동자가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꽃송이 마냥 개화했다. 어린 꽃망울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한 번, 하얗게 퍼진 지면을 한 번. 그리고 저 멀리 수풀을 바라본다. 저멀리서 까만 인영이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거기 있었구나. 사르르 휘어지는 눈가에 꽃잎이 텅 빈 어둠속으로 녹아들었다. 거기있었어. 뻗은 손끝이 가늘게 떨려왔다.
일렁일렁, 그림자가 움직인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크게 흔들리는 그림자는 꼭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티비속의 노이즈같다. 조금 더 가까이 와. 작은 해골이 무너졌던 몸을 일으킨다. "---?" 터져나오는 목소리가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갔다. 휘이잉, 불어오는 바람소리가 찼다. 닿지않았나. 닿지못한걸까. 그렇담 소리쳐야지. 닿을 수 있도록. 작은 해골은 눈을 깜빡이다 턱뼈를 크게 움직인다. 덜그럭 소리를 내는 턱뼈는 꼭 오래된 장난감 태엽처럼 뻑뻑했다.

팝, 파피-.

이번엔 불어오는 바람소리도 터져나오는 목소리를 막지 못했다. 파피. 메아리처럼 퍼져간 목소리가 바람에 휘감겨 좀 더 오랫동안 지상에 머문다. 노이즈처럼 일렁이던 그림자가 그대로 멈춰 작은 해골을 향해 구부정한 목을 쭉 뻗었다. 그림자가 눈을 뜬다. 달콤하게 열린 눈구멍 사이에서 쏟아지는 짙은 단내음이 소란스럽게 영혼을 울렸다.

"아. dear. 여기 있었군."

여기에 있었잖아. 신호를 잡기 시작한 티비화면 처럼 제 모습을 찾기 시작하는 그림자는 성큼 작은 해골의 앞까지 다가왔다. 짙은 담배향이 뼛속까지 스며든다. 뻗었던 손끌에 닿는 온기가 시리도록 차도 기뻤다. 네가 여기있었구나. 드디어 찾았다. 무심한 목소리에도 눈동자만큼은 숨길 수 없다. 가늘게 떨리는 눈동자 속에는 짙은 기쁨이 묻어있었다. 아. 찾았다. 내 달콤한 꿈.

"hey."

my sweet dreams
긴 여행은 이제 끝이야?

이제 네가 내게 돌아왔나? 물어오는 목소리에 작은 발이 통, 하고 지면을 박찬다. 마주 잡은 손이 서로의 목을 끌어안았다. 벌어진 이 사이로 달큰하게 물든 혀끝이 서로의 이름을 핥았다.
샌즈. 혹은 파피루스.
교차하는 이름이 서로의 혀끝에서 떨어져 호흡 속에서 녹아내렸다. 마주한 눈동자는 꼭 저녁노을처럼 짙고 아름다웠다.
서로의 호흡이 가늘게 이어지고, 끊어지고, 다시 이어진다. 네가 여기있었구나. 네가 이곳에 있었어. 아, 긴 기다림과 여행 끝에, 만났다. 환희하는 감정들이 춤을 춘다. 여기 이곳에서 두 괴물이. 두 주인공이. 드디어.

"오랜 악몽은 즐거웠나?"

긴 팔이 작은 몸을 끌어안고 그 체향을 깊이 삼킨다. 차가웠던 사이로 서로의 체온이 차올랐다. 만족스러운 포만감에 피로조차 잊었다.

"끄, 끔찍했어."

마주한 눈동자가 웃었다. 너는? 물어오는 대답에 나른한 눈동자가 느리게 눈꺼풀 속에 감겼다. 그럴리가. 슬쩍 올라간 입꼬리가 웃는 모양새를 만든다. 장난스럽게 비틀린 입술 사이로 사랑스러운 말들이 쏟아졌다. sweetie, 그럼 이제 달콤한 꿈을 꿀 차례인가? 온기 사이로 파고든 손 끝이 뱃속을 간질였다. 터져 나온 웃음은 오랫동안 머물렀다.

"아니, 밤은, 과.. 과거로 남겨두는 쪽,이 더... 더 좋아."

후회는, 기도로 충분했어. 이제 밤은 가고 아침이 와야지.
잡은 손은 이제 놓지 않는다. 서로의 체온으로 뜨겁게 달궈진 손끝은 이 세상에 어둠과 겨울이 찾아올 때까진 식지 않을 터였다. 그래 좋아. 낮은 세계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너와 함께 봐야지. 함께 일과를 보내고 굿나잇 키스를 남기고. 손을 잡고 잠든다면 악몽에서 조차 함께일테지. 다정하기만 것들이 너를 뜨겁게 감싸안고 그 온기에 취해 너는 나에게서 벗어날 수조차 없을거야.
긴 손끝이 따스한 얼굴을 쓰다듬는다. 따스함에 잠식되게. 이제 우리는 영원히.



Happy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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