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완님
*하..아... 야함이 없음...
*하...아... 마무리...
덥다.
좀처럼 구겨지는 일이 없는 샌즈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지상의 더위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었다. 좀처럼 변화 없이 평화롭던 감정에 짜증이라는 신경질적인 녀석이 자리 잡기 시작한지 벌써 2주 째였다. 온 몸이 나른하고 몸에서 나온 체액 탓에 이곳저곳이 기분 나쁠 정도로 끈적거렸다. 하, 하고 빠져나온 한숨마저도 제 속의 열기로 데워진 탓에 기분이 나쁠 정도였다.
샌즈는 거실 바닥에 축 늘어져 얕은 숨을 내쉬었다. 달달 돌아가는 선풍기가 좌우로 고개를 움직이며 샌즈의 몸 이곳저곳에 고루 더운 숨을 토해냈지만 하나도 달갑지 않았다. 이마저도 없으면 당장 목이라도 메고 싶어질 까봐 전기요금을 각오하고 하루 종일 틀어대고는 있었지만 사실 선풍기를 통해 빠져나오는 바람은 기껏해야 습기가 가득한 미덕지근한 여름바람 뿐이라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나름 제값을 한다고 선풍기 바람이 끈적이는 땀을 말려주는 것만은 다행이었다.
샌즈는 뒷목에 차오르는 습한 기운에 대충 몸을 뒤집었다. 쩌억. 장판 위로 늘러 붙은 등판이 혹시 녹아내렸던건 아니었던가 싶을 정도로 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며 소음소리를 만들었다. 끈적하게 장판에 붙었다 떨어진 살갗이 따끔거렸다. 보지 않아도 등짝이나 다리에 벌건 흔적들이 가득할게 선했다. 샌즈는 선풍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미간의 주름을 더 깊게 만들었다. 덥다. 십 초에 한 번씩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덥다. 이렇게 까지 더울 필요가 있을까? 왜 이렇게 덥지? 지상은 원래 이렇게 더운 건가? 뉴스에선 온난화 탓이라는데 정말 그 탓인가? 그럼 이건 모두 인간들이 저지른 죄의 굴레인가. 이런 경우 나 같은 괴물은 누구한테 소송을 걸어야 하는 거지. 그전에 소송을 걸려면 어디로 가야 하려나. 법률 사무소로 가면 되는 걸까. 아 덥다….
더위에 생각들이 맥아리 없이 뚝뚝 끊어졌다. 생각 하는 것도 귀찮아서인지 머릿속을 우후죽순으로 채우는 질문들은 끝을 맺지 못하고 사라졌다. 더워, 더워. 샌즈는 신음인지 탄식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크게 열어둔 창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왔지만 선풍기 바람과 마찬가지로 미적지근한 바람일 뿐이라 도움이 되지 못했다. 꿈틀꿈틀 움직이는 손가락과 발가락의 감각이 선명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더위를 느끼지 못했는데.
지상으로 올라오고 난 이후로 ‘괴물들의 안전성’을 보장 받기 전까지 사용할 임시 ‘인간의 육체’는 상상이상으로 경이롭고 불편했다. 생각보다 더 제 몸처럼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감각들과 움직임에 감탄했고 그걸 제외한 모든 단점들에 분노를 느꼈다. 불편한 점이 어찌나 많은지. 다른 불편한 점도 셀 수 없이 많았지만 특히 지금처럼 더위에 죽어가는 경우가 제일 끔찍했다. 눈이 펑펑 내리던 스노우딘에서도 반바지를 입고 다녔던 건 단순히 '그래도 상관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더우면 땀이 삐질 흐르고 추우면 몸이 달달 떨렸다. 불편해. 그리고 더워. 샌즈는 흐지부지 흐려진 생각대신 혀를 쭉 내밀었다.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다. 인간의 육체는 너무 더웠다.
“샌즈! 나 나왔어! 얼른 들어가서 씻어!”
“....헤.. 팝.”
샌즈는 누운 자세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머리와 허리에 수건을 두른 파피루스가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은 몸으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 좋은 냄새가 난다. 살짝 불어오는 미풍이 파피루스의 체취를 훔쳐 달아났다. 막 샤워를 마친 파피루스의 몸에서는 따듯한 햇볕냄새와 지난번 마트에서 산 바디워시의 달콤한 과일향이 났다. 샌즈의 미간에 잡힌 깊은 주름이 조금 느슨해졌다. 샌즈으-? 약간 톤이 올라간 목소리가 잔소리를 준비하며 샌즈에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샌즈는 누운 자세 그대로 어깨를 조금 으쓱였다.
찰박찰박. 물기가 묻은 발이 방바닥을 밟을 때마다 물소리가 났다. 요근래 파피루스는 하루에 다섯 번씩 샤워를 했다. 그 전에도 내키는 대로 샤워를 하곤 했지만 그렇게 자주 씻는 편은 아니었는데. 처음으로 맛보는 지상의 여름 날씨가 워낙 지독한 탓에 요즘은 그냥 시간과 횟수마저 정해두고 있었다. 자주 씻으면 피부에 안 좋데. 너무 자주 씻는 파피루스에게 샌즈가 은근슬쩍 걱정하는 기색을 내비추자 파피루스는 자랑스럽게 커다란 통에 담긴 베이비 로션을 보여주며 피부를 지키기 위한 자신의 5가지 노력들에 대해 늘어놓았다. 덤으로 형은 좀 씻으라는 얘기도. 그래.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샌즈는 아픈 고개를 다시 옆으로 누이고 색색 숨을 내셨다. 찬물로 씻었던 건지 가까워진 파피루스의 몸에서 냉기가 조금 느껴졌다. 착각일지도 몰랐지만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
“샌즈! 땀이 엄청 나잖아!”
녜엑! 끈적끈적해!!!
파피루스의 손이 샌즈의 뺨에 닿는다. 땀 때문에 쭈욱 미끄러진 손가락이 샌즈의 턱끝을 지분거렸다. 축 늘어진 샌즈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쓸어내리던 파피루스의 손길이 샌즈의 목덜미의 땀을 닦아냈다. 샌즈? 왜 이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거지? 어디 아픈 거 아니야? 한 톤 올라갔던 목소리가 단숨에 걱정하는 목소리로 내려앉았다. 인간의 몸은 아직 잘 모르겠단 말이야. 괜찮은 거지? 샌즈는 굳이 대꾸하지 않았다.
차가운 손끝이 얼굴과 목덜미, 그리고 팔을 쓸어내린다. 기분 좋다. 적당히 내려간 체온은 더위에 신음하는 샌즈에게 딱 좋은 온도였다. 샌즈는 슬쩍 눈을 감고 파피루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볼에 꾹 눌러진 차가운 손이 닿은 부분의 열기를 앗아간다. 단지 그뿐인데도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샌즈는 미간에 만들었던 주름대신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샌즈, 진짜 괜찮은 거지?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기분 좋았다. 그냥 더워서 그래. 샌즈가 작게 속삭이자 안심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샌즈의 손에 뒤덮인 파피루스의 손이 작게 꼼지락거렸다. 아. 기분 좋다. 정말로. 한껏 가라앉았던 기분이 나아지고 있었다. 샌즈는 느슨해진 입꼬리를 올리며 나른한 숨을 내뱉었다. 정말, 기분 좋아. 어느정도로 기분 좋냐면, 나 지금,
“지금 하면 기분 좋을거 같아.”
“녝!”
파피루스의 손이 화들짝 놀라며 샌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아. 샌즈는 아쉬운 듯 작게 탄성을 지르며 눈을 떴다. 순식간에 사라진 찬 기운에 아쉬움이 남았다. 깜빡깜빡 느리게 올라가는 속눈썹 사이로 당황한 동생의 얼굴이 잡혔다. 제게서 뺏은 손을 만지작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게 심상치 않다. 실수 했나. 샌즈는 그제야 생각 없이 나간 말의 의미를 떠올리며 몸을 일으켰다. 아니, 그게 아니라, 팝.
"파피루스.. 잠깐.."
"샌즈, 하고 싶은 거야?”
응? 아니 꼭 그런건 아닌데. 파피루스에게 뻗었던 손이 무색하게 허공을 휘젓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느새 파피루스의 머리에서 풀러내려간 하얀 수건은 파피루스의 무릎 위에 걸쳐져 있었고 하얀 실타래 같은 가는 머리카락이 파피루스의 고운 이마를 덮고 있었다. 하얀 피부에 반듯한 이마, 긴 속눈썹이나 도톰한 입술 같은게 찬찬히 눈에 들어왔다. 누구 동생인데 이렇게 잘생긴걸까. 인간의 미적기준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제 동생이 흔히 말하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팝? 샌즈는 막 변명을 늘어놓을 준비를 하며 파피루스의 안색을 살폈다. 다시 살펴본 파피루스의 표정은 평소보다 진지한 표정이다. 샌즈는 이런 얼굴을 한 파피루스를 잘 알고 있었다. 보통 상대의 말에 필요이상으로 반응해 무언가 결심할 때 짓는 표정.. 잠깐. 결심해? 뭘?
“샌즈 나랑 하고 싶은 거구나?”
그래, 한동안 안 했으니까! 고개를 주억이며 원인을 알아냈다는 표정을 짓는 파피루스를 바라보며 샌즈는 침음을 삼켰다. 파피루스의 말대로 한동안 한 적이 없는건 사실이었다. 한 여름에 쪄죽을 것도 아니고 붙어 자는 것도 힘든데 설마 그걸 할 생각이 들기나 했을까. 가끔 그럴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 욕구는 더위에 다 죽었다. 파피루스는 가끔 그럴 기분이 들었던 것 같지만 굳이 나서서 하자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하기 싫은거냐고 물어보면 그건 또 아니지만 하고 싶냐 물으면 그것도 아니라는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날씨가 이렇게 더운데. 샌즈는 서둘러 파피루스를 붙잡았다. 파피루스. 이건 말이지, 내가 잘 못 말 한 거야. 나는 하고 싶은게 아니라-. 샌즈는 파피루스와 눈을 맞췄다. 마주친 파피루스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샌즈!"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바짝 가까워진 얼굴이 웃고 있는 모양을 했다. 윽. 샌즈는 그대로 몸이 굳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도 하고 싶었거든! 샌즈는 땅을 짚는 파피루스의 손등 위로 핏줄이 돋는 것을 보았다. 한쪽 팔로 몸을 지탱한 파피루스가 샌즈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키차이 탓인가. 자신을 내려다보는 파피루스의 모습이 유달리 크게 느껴진다. 샌즈는 점점 더 가까워지는 파피루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둥근 어깨라인을 따라 적당히 근육이 잡힌 팔뚝이 보이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고운 손끝이 보였다. 입가에 살짝 맺힌 웃음이나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라던가. 아.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거부 할 수가 없다. 파피루스의 손끝이 마침내 샌즈의 볼 위에 닿았다. 길고 가는 손가락이 볼을 지나 귓볼과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샌즈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입맞춤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작게 쪽쪽 거리는 소리가 수차례 들려왔다. 파피루스의 입술이 장난스럽게 몇 번이고 스치고 지나간다. 닿았다 싶으면 떨어지고. 떨어졌다 싶으면 다시 가까워지고. 그러다 벌어진 틈사이를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입 안을 점령한다. 샌즈는 눈을 꾹 감고 파피루스의 입맞춤을 쫓아갔다. 조금만 방심해도 휩쓸려버릴 것 같다. 치열을 고루게 훑고 지나가는 혀를 쫓자 자연스럽게 혀를 감고 제 입안으로 인도했다. 입천장을 간질이고 혀뿌리까지 파고들어 간질이거나 끈질기게 혀를 얽는다. 그러다가도 곧바로 제 입안으로 도망쳐서 그 반응을 쫓아가려면 이 행위에 온전히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다. 쫓고, 쫓기고. 서로의 혀를 섞고 달큰한 숨을 집어 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힘겨루기가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졌다.
“푸하!”
아. 세상에.
쪽, 하는 입맞춤 소리와 함께 얼굴이 새빨개진 파피루스가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길게 이어지던 입맞춤이 마침내 끝이 나자 샌즈는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헉헉거리는 숨을 삼켜야했다. 이런 키스는 난생처음이다. 이렇게 길고, 장난스럽고, 간지럽고, 사랑스러운 키스는. 길게 이어지는 타액이 샌즈의 턱끝으로 떨어졌다. 파피루스가 놓치지 않고 샌즈의 입술을 핥았다.
헐떡이는 서로의 호흡소리가 끈적할 만큼 야하게 느껴져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샌즈는 활짝 웃고있는 파피루스의 얼굴을 한 번 봤다가, 파피루스의 등 뒤로 달달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선풍기를 한 번 봤다가 그대로 시선을 떨궜다. 도저히 앞을 볼 수가 없다. 파피루스보다 달아올랐을 얼굴에서 땀이 흘렀다. 방 안의 공기가 한 층 올라가 안 그래도 열이 올라간 몸을 뜨겁게 덮었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젠장, 파피루스. 언제 이렇게 키스를 잘하게 된거야. 샌즈는 파피루스에게 매달리는 대신 제 옷을 움켜잡았다.
"샌즈 입 안 뜨거워."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파피루스의 태연한 목소리에 샌즈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 입에 접착제라도 붙인 듯 딱 붙어버린 탓에 말은 할 수 없었지만 속으로 대꾸했다.
"엄청 뜨거운데, 그래도 좋아."
나도 좋아. 아니, 아, 제발. 이번엔 저도 모르게 내뱉을 뻔했다. 샌즈는 혀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며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슬금슬금 가슴으로 내려오는 손에는 헛웃음까지 났다. 샌즈는 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얼굴로 제 동생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2주 동안의 금욕이 상당히 타격적이긴 했는지 파피루스는 근 2주 동안 보았던 모습 중 가장 생기가 넘쳤고 손놀림은 그 어느때보다 대담하고 리드미컬 했다. ....혀놀림도.
반나체의 샌즈의 몸 위로 하얀 손이 기어다녔다. 장인이 정성을 들여 만든 자기 같은 매끈한 하얀 손은 햇빛을 받으면 옅은 은빛으로 반짝이며 윤기가 돌았다. 파피루스의 손은 샌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공예품 중 하나였다. 파피루스의 손이 샌즈의 가슴 위에 자리를 잡고 떠날 줄을 모른다. 손끝으로 두어번, 손바닥 전체를 사용해서 세 번. 큰 손아귀에 움켜잡힌 가슴이 넘칠 듯 흘러내렸다. 샌즈, 가슴 커진거야? 순수하게 궁금증을 담아 묻는 동생에게 샌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무례한 짓이라고 화를 내야 할까, 아니면 부끄러움에 입을 다물고 있어야할까. 단순하게 살이 찐게 아니냐고 묻는 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특정 부위에 대해 말하는 것은 평소에 듣는 것과는 달랐다. 샌즈는 말없이 파피루스의 이마를 손끝으로 튕겨냈다. 파피루스가 작게 인상을 찡그리다며 이마를 문지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샌즈. 엄청 끈적거리고 미끈거린다. 헤 하고 벌어진 입술이 다시 샌즈의 입술로 내려앉았다. 파피루스의 손이 가슴을 문지르다 매끄럽게 밑으로 흘러내려갔다.
손끝이 닿는 곳 마다 열이 오르고 심장이 터질듯 부풀어 올랐다. 더위 탓이 아니라 파피루스의 손끝이 닿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땀이 흘렀다. 막 목욕을 마친터라 딱 기분 좋은 온도인 파피루스의 피부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것이 닿은 피부를 통해 고스란히 느꼈다. 점점 달아오르는 숨과 체온 탓에 땀이 삐질 흘러도 하나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숫처녀 마냥 부끄러움과 쾌감에 바르르 몸이 떨렸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들이 스멀스멀 샌즈의 몸으로 되돌아왔다.
파피루스의 손길이 부드럽게, 혹은 강하게 몸 이곳저곳을 누볐다. 가슴골을 지나 배꼽 주위를 쓸어내리거나 가볍게 골반을 스치고 지나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허벅지 안쪽의 여린 살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은글슬쩍 성기를 더듬는 행위에 샌즈는 신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헉! 파, 파피! 다급하게 터진 말이 더듬더듬 파피루스의 이름을 불렀을 때 파피루스는 사랑스럽게 웃었고 손길은 거침없이 샌즈의 것을 움켜잡았다. 볼록한 배가 움푹 힘이 들어갔다. 팝..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힘이 없었다.
“이제 아프게 안 해! 나 많이 연습했거든 샌즈!”
무슨 연습을 했다는 거야. 샌즈가 의문을 곱씹기도 전에 파피루스의 손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축 늘어져있던 성기가 파피루스의 손과 체온에 힘입어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금세 질척이는 소리가 샌즈의 귓가에 닿을 만큼 노골적으로 울려퍼졌다. 성기를 감싸 쥐고 엄지로 선단부분을 슬슬 문지를 때마다 뱃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아, 팝, 팝. 아. 화다닥 달아오른 얼굴을 찡그리며 샌즈는 고개를 저었다.
윽, 흑.. 흐윽.. 평소보다 한 톤 높게 새어 나오는 신음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파피루스의 손에서 부풀어 오르고 있는 성기 위로 선풍기의 미적한 바람이 스칠 때마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더워서 죽을 것 같았고 땀이 너무 많이 흘렀다. 파피루스의 턱끝에서 툭하고 떨어진 땀방울이 샌즈의 입가를 적셨다. 부웅 고개를 돌린 선풍기가 샌즈의 머리에 바람을 뿜어댔다. 아, 갈 것 같다. 쌓여있던 욕망이 파피루스의 손을 빌어 폭발 직전이었다. 파피루스의 손이 샌즈의 성기를 자극하고 주름진 애널을 자극하고 있었다.
“앗, 크읏, 흐.. 으.. 아, 하,...!”
“샌즈, 잠깐만. 우리 콘돔이 없어.”
절정의 직전, 뚝 멈춘 움직임에 샌즈가 번쩍 눈을 떴다. 왜? 왜? 왜 멈춘거야? 왜 마저 안 해? 잔뜩 달아오른 몸이 작게 허리짓을 했다. 파피루스가 난처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 보는게 보였다. 콘돔 없이 하면 배 아프잖아. 지금 당장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것 같은 얼굴을 한 파피루스를 보며 샌즈는 신음을 삼켰다. 절정 직전에 끊긴 욕망이 머릿속에서 날뛰었다. 동생의 올바른 성행위에 감탄할 여유도 없었다. 조바심이 났다. 한 번 불이 붙은 성욕을 다스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샌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얼른 해. 얼른. 벌어진 다리로 파피루스의 허리를 끌어안은 샌즈가 파피루스를 재촉했다. 없어도 괜찮으니까. 마저 하자. 제 허벅지에 얹어진 파피루스의 손을 잡아챈 샌즈가 좁은 애널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발끝이 오므라들고 크게 헐떡이는 몸은 금방이라도 실신해 버릴것 같다. 허리가 살짝 들렸다. 꾹 밀려 올라간 엉덩이가 조금씩 조금씩 위로 들렸다. 밀려 올라간 하반식 탓에 둥굴게 곡선을 그리는 등골을 파피루스의 손가락이 훑고 지나갔다. 파피루스를 잡아 끈 샌즈의 손은 어느새 땅바닥으로 떨어져 바닥을 긁고 있었다.
미약한 고통 뒤엔 큰 쾌감이 뒤따랐다. 한 번 인도받고 나자 파피루스의 손은 금세 길을 찾아 샌즈가 가장 느끼는 곳을 찾았다. 길고 가는 손은 제법 안쪽에 묻힌 샌즈의 전립선을 금세 찾아냈다. 샌즈는 크게 숨을 들이키며 울컥울컥 터져 나오는 액체를 얼굴로 받아냈다. 툭툭 떨어지는 정액이 볼을 흘러내린다. 아찔한 쾌감에 눈앞이 흐려졌다 다시 돌아왔다. 잠시 숨을 돌릴 세도 없이 애널 안쪽을 더듬는 손길이 자리를 넓히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 온다. 쾌감이 덮치고 간 자리에 다시 찾아오는 쾌락은 더 자극적이었다. 아, 아, 샌즈가 끊어지는 신음을 내질렀다.
“샌즈.. 샌즈..”
파피루스의 입술이 엉망이 된 샌즈의 입술을 찾았다. 뜨거운 혀가 샌즈의 입술을 훑고 다시 한 번 그 틈을 열어주길 빌었다. 샌즈는 기꺼이 입을 열었다. 온 몸 구석구석 뜨겁지 않은 곳이 없었다. 닿은 곳마다 더위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열기가 피어올랐고 파고드는 살덩이 안쪽은 뜨겁게 타올랐다. 열린 구멍 사이로 파피루스의 것이 밀려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 샌즈는 신음을 내질렀다. 파피루스의 입안에서 신음이 녹아내렸다.
뜨거워. 더워. 더워. 뜨거워. 느릿하게 움직이는 허리짓에 샌즈는 손톱을 세우려다가 손을 말아 쥐었다. 샌즈, 아파? 자신의 안색을 살피는 동생의 얼굴이 쾌감에 젖어 평소와 다른 색기가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샌즈는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감싼 다리에 힘을 주었다. 차마 더 해달라는 말은 할 수 없어서 샌즈는 파피루스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뜨거워..”
파피루스의 눈썹이 느릿하게 내려앉았다. 기분 좋은 쾌감이 뱃속에서부터 터져나왔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심장이 아니라 배 안쪽에서부터 혈액 뿜어져 나와 온 몸을 돌고 돌았다. 샌즈.. 나른한 숨이 샌즈의 이름을 부른다. 제 아래에서 불거진 얼굴을 한 형의 얼굴은 너무 야했고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몸은 사랑스러웠다. 샌즈. 나는 이게 너무 좋아. 온 몸으로 사랑하는 순간이 너무 좋아. 그리고 입맞춤도. 파피루스는 샌즈의 입술 대신 어깨에 짧은 키스를 남기며 마지막으로 샌즈의 안쪽에 자신의 것을 깊이 파묻었다.
*
“차가워.”
물을 흠뻑 뒤집어 쓴 샌즈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막 관계를 마친 터라 몸이 무거웠지만 온 몸이 끈적거린다며 자신을 재촉하는 파피루스에게는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억지로 비누칠을 하고 머리를 감고 찬 물을 뿌려 몸을 닦아냈다. 땀 대신 물기로 촉촉해진 몸은 나쁘지 않았지만 격한 육체 활동 뒤라 몸에 힘이 쭉 빠졌다. 파피루스가 꼼꼼하게 비누칠 된 몸을 물로 닦아내며 어깨가 축 쳐진 샌즈를 바라보았다. 샌즈는 씻는걸 너무 싫어하는 거 같아. 프로깃도 형보단 깨끗할걸!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잔소리를 적당히 받아 넘긴 샌즈에게 파피루스가 수건을 건넸다.
“프로깃은 원래 물을 좋아해, 팝.”
“녝! 그런 뜻이 아니잖아!”
앗, 샌즈! 벽에 기대고 서지마! 찬물로 씻고 선풍기 바람 좀 쐬고 나면 좀 나아질거야! 파피루스가 대충 물기를 닦아낸 샌즈의 등을 밀었다. 샌즈는 버틸 힘도 없어서 파피루스에게 떠밀려 나왔다.
아직도 그 자리 그대로 더운 바람을 뿜어내고 있는 선풍기 옆으로 다가간 샌즈가 벌러덩 자리에 누웠다. 발끝으로 선풍기의 방향을 적당히 돌리자 바로 위에서 파피루스의 잔소리가 따라붙었다. 알았어. 알았어. 일단 여기 누워, 팝. 적당히 흘려넘기는 말투에 파피루스가 조금 심통이 난 얼굴을 했지만 얌전히 샌즈의 옆자리에 누웠다.
“샌즈는 너무 게을러서 탓이야.”
열린 창가에선 여름바람이 불어오고 고물 선풍기에선 여름의 더위를 담은 바람이 뿜어져 나온다. 더위를 물리칠 썩 좋은 피난방법은 아니었지만 찬 물에 푹 담군 몸은 그 바람마저 시원하게 받아들였다. 팝. 샌즈가 가물거리는 눈을 꿈뻑이며 파피루스를 불렀다. 응. 파피루스가 대꾸한다. 샌즈는 잠기운에 몇 번 입술을 우물거리다가 느릿느릿 말을 내뱉었다. 여름엔 좀 자주 씻는게 좋을 거 같아. 파피루스가 그 말에 기뻐하며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렇지? 활짝 웃는 얼굴이 가깝다. 샌즈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마주 웃었다. 응. 그런 것 같아. 그 말에 파피루스가 만족한 얼굴로 샌즈를 끌어안았다. 형도 하면 되잖아. 그동안 씻지 않는 게 정말 싫었나보다. 샌즈는 정말로 기뻐하는 동생을 보며 내가 그렇게 까지 더러웠던가, 잠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다 눈을 감았다. 이러면 또 땀이 날 텐데. 그래도 밀어내고 싶지 않다. 샌즈는 파피루스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눈을 감았다.
발끝에 닿는 여름해의 뜨거움도, 더운 바람도, 아무래도 상관없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