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펠au
*아직까지 캐릭터 정리가 안됐다.



파피루스에게 있어 자신의 '형제'란, 언제나 제 자리에 있어야하는 당연한 법칙 같은 것이다. 그는 이 작고 좁은 지하세계의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그러하듯 신경질적이고 히스테릭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약간의 강박증 또한 가지고 있었다. 밥을 먹을 때는 물 한 컵을 먼저. 책은 크기와 철자에 맞춰서. 양말은 정해진 자리에. 이런한 사소한 규칙들이 어그러지거나 망가지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그는 그때문에 제 형제가 제 옆을 벗어나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나 자신의 허락 없이 집밖을 벗어나는 것을 상당히 불쾌하게 여겼다. 그러니 남들 보기에는 괴상하게 보이는 개목걸이와 목줄은, 제 것임이 당연하지만 의사를 가지고 있어 성가신 형제를 돌보는데 아주 중요한 물건이었다.

"파피."

잔뜩 부어터진 눈두덩이를 손끝으로 누르며 샌즈가 파피루스에게 다가왔다. 욱하는 성질탓에 화가나면 주먹부터 휘두르다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샌즈가 입고있다. 방금 전에는 낡은 목줄 대신 새것을 걸기위해 말없이 목걸이를 푸른 샌즈에게 화가 난 파피루스가 내두른 발길질에 오른쪽 눈두덩이가 파랗게 부어올랐다. 쯧. 파피루스는 혀를 찼다. 멍청한건지 바보인건지. 허락없이 목줄에 손을 대지말라는 이야기는 꼭 한달에 두번씩은 까먹는 것 같다. 거의 보름에 한 번 꼴로 일을 저지르니 화를 내는 일도 무뎌져 가는 것같았다.(그렇다고 화를 안내는건 아니지만) 힐끗 파피루스가 살짝 바라본 눈두덩이는 아파보이는 모양새였지만 당사자는 어쩐지 기뻐보이는 얼굴이었다.

"이, 이거, 목에 걸어줘."

빨간 가죽에 징이 박힌 목걸이를 건내주고 얌전히 몸을 맡기는 샌즈를 바라볼 때마다 파피루스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안정감, 편안함, 안심, 그런 묘한 감정 같은것들. 제멋대로 꽂혀있던 책장을 정리하고 난 이후의 성취감 같은것. 파피루스는 군말하지 않고 의심없이 내밀어진 목에 목걸이를 걸고 목줄을 잡았다. 샌즈가 낮게 숨을 내뱉는게 들렸다. 얌전히 목에서 찰랑거리는 개목걸이를 보니 안심이 됐다.

"샌즈."
"응?"
"그거말이야.."

파피루스는 답지 않게 뜸을 들였다. 어쩐지 쉽게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잘 어울려."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어. 파피루스는 단 한번도 제 형제에게 칭찬(비스무리한 말)을 한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라면 파피루스는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은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어 잘 못 말을 꺼냈다. 샌즈의 작게 뻥뚫린 눈동자가 크게 뜨이는것이 보며 파피루스는 역시 괜한 말을 했다며 혀를 찼다.

"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예상했던 대사와는 다른 대사라 파피루스는 샌즈를 바라보았다. 살짝 숙인 머리 탓에 동그란 정수리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파피루스는 왠지 얼굴을 보지 않아도 샌즈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았다.
어쩐지 기뻐보여.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이지는 않는 얼굴을 보며 파피루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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