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야님과 한 서로 연성 바꿔써보기
*이렇게 하는거 맞아오..?
*첨 쓸때는 넘 좋았는데 쓰다보니 힘들어져서 역시 존잘님이 쩔어준다는 것만 깨달았다.


샌즈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빼꼼 바라본 운동화 끝이 닳아있었다. 발밑 아래의 고운 흙덩이들이 발끝을 휘감고 지나가는 바람에 휩쓸렸다. 샌즈는 그것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결이 고운 모래가 어떻게 바닥을 굴러 제 발끝을 두드리는지, 낡은 운동화에 묻은 모래가 어떻게 신발 끈을 더럽히는지. 그게 얼마나 하찮고 쓸모없는지. 이건 현실에서 도피하기에 딱 좋은 놀이다. 야. 매캐한 담배 연기가 코끝을 스쳤다. 샌즈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익숙한 얼굴에 새로운 얼굴이 덧씌여진다. 항상 나른하게 짓던 웃음대신 싸늘하게 내려앉은 입 꼬리가 낯설어 샌즈는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을 피했다. 알 수 없는 공포심에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다시 한 번 말 해줄테니 잘 들어. 나는 네가 바라는 말을 해주는 일은 없을 거야. 애초에 너도 그런 걸 원했던 건 아니잖아? 우리 서로의 본분을 잊지 말자고.”

쯧. 작게 혀를 차는 소리에 움츠러든 몸이 작게 항의하듯 목을 피고 파피루스를 바라보았다.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이 턱뼈를 달그닥 거리며 달싹인다. 여러 감정들이 앞다투어 목끝까지 차올라 목이 메인 탓에 살짝 벌어진 입이 금방이라도 불만을 쏟아낼 것처럼 움직이다가 음성이 되기 전에 샌즈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피부 가죽도 근육도 없는 해골은 잘도 표정을 만든다. 명백한 거부의 의미가 샌즈의 눈앞에 있었다.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어떤 의미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거부가 샌즈의 앞을 막아섰다.
적막 속에서 담배 연기만 둘 사이에 흘렀다. 파피루스의 손끝에 걸린 담배는 빠르게 타들어 가더니 거의 끝에 다달았다. 파피루스의 손이 익숙하게 담배를 털어낸다. 타들어간 담뱃재가 바닥으로 톡톡 떨어지다가 불똥을 품고 샌즈의 발 아래로 굴러왔다. 데굴데굴 꺼질듯 피어오른던 불꽃은 샌즈가 눈길을 주자 금세 발아래로 뭉개져 사그라들었다. 타다만 불똥은 발바닥 아래에서 뭉개지며 검은 흔적을 남겼다. 아직 불꽃을 피워보지도 못했는데. 모래 위에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불꽃이 왠지 비참하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래.”

한참 끝에 말을 꺼낸 샌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내 역할을 잊어서는 안 되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는 건데.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평소답지 않게 침착함을 담고 있었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지 파피루스는 그럼 그렇지, 하고 비웃는 얼굴로 샌즈를 바라보았다.
그래. 우리 선을 지키자고. 너도, 나도. 빙긋 웃는 얼굴이 처음 보았던 미소와 닮아서 샌즈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
가장 큰 아픔은 혐오조차 되지 못한다는 거다. 파피루스의 말간 얼굴에는 금세 평소와 같은 나른한 여유가 서려있었다. 샌즈는 그것을 신기한 것마냥 바라본다. 파피루스는 그 시선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 흘렸다. 바라보는 시선조차도 자신에게는 닿지 않는 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침묵과 시선이 길게 이어질수록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난, 이, 이만 돌아가 볼게. 샌즈는 운동화코를 지면에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그냥 발걸음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데 그럴 수가 없어 괜히 말을 꺼냈다. 새로 담배를 꺼내들던 얼굴이 살짝 고개를 들어 샌즈를 살피더니 작게 대답했다. 어, 그래. 돌아오는 대답조차 희미해서 샌즈는 웃음이 났다.

추운 바람이 볼을 스쳤다. 스노우딘의 추운 날씨가 그의 여린 뼈 속 깊이 스며들어 샌즈는 기침을 토해냈다. 간헐적으로 토해내는 기침소리와 함께 한 아름 안고 갔던 꽃송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잊고 있었던 건데. 자신의 입이 아닌 다른 것을 빌어 하고 싶었던 말들이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아. 걸음을 멈췄다. 샌즈는 그것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손을 뻗고 허리를 굽히다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이제 이건 필요 없으니까. 의미를 잃은 이상 꽃은 더 이상의 가치가 없다. 
낮게 내뱉은 말과 함께 톡 떨어진 꽃은 작은 발밑 아래서 부서졌다. 짓이겨지기 직전 꽃잎이 뱉어낸 소리는 익숙한 거절의 목소리라 샌즈는 소름이 돋았다.




이 감정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깊이 사랑 할수록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인생이라는 상자에서 고통은 점점 제자리를 넓혀가고 있었다. 
숨이 막힐듯 답답하고 죽어버릴듯 아팠다. 사랑스러움으로 가득차면서도 그 속엔 분노가 가득했다. 고통은 두 방향을 바라본다. 고통을 견디지 못해 죽거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죽이거나. 그 사이에서 그는 작은 희망을 고삐삼아 갈림길 사이를 지나쳐보고자 했다. 이 작고 보잘 것 없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그것이 제 인생을 흔든다면, 소중한 것을 움켜쥘 수 있는 손이 너무 작은 그로써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이 없는 감정은 그를 지치게 했고 고통은 이제 통제를 벗어난지 오래였다. 그러니 한계를 넘어선 감정들을 미워하기 전에 죽어버려야겠다. 좋은 것들을 좋게만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은 악하고 위험한 그의 세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사치였다. 그것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불쌍한 내 동생. 샌즈는 먹먹해지는 발걸음을 무겁게 옮긴다. 이제 이별을 앞둔 그에게 가장 큰 괴로움이라고 하면 하나뿐인 피붙이인 제 동생뿐이다. 홀로 남아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야 할 어리고 사랑스러운 동생. 그러나 제 동생은 딱 이 세상이 원하는 만큼 비정했고 딱 그만큼 사랑스러웠다. 그는 샌즈가 사라지거나 어디 가서 죽어버리더라도 금세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강하고 비정했다. 샌즈가 얼마나 많은 눈물과 걱정 속에서 끝을 맺는다고 해도 그는 샌즈의 걱정만큼 더 잘 살아갈 것이다. 그는 샌즈의 사랑스러운 동생이니까.
맞아, 생각해보니 처음은 너였지. 샌즈는 느릿한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웃음을 쏟아냈다. 워터풀에 가까워질 수록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메아리 꽃이 그의 목소리를 삼키고 똑같은 웃음을 쏟아낸다. 샌즈는 다른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길을 걸어가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맞아. 처음은 너였는데. 비틀리고 꼬인 감정은 처음도 잊게 만들었다. 너무 당연한 것 마냥 잊어버린 자신이 우스워서 샌즈는 웃음을 멈추지않았다. 네가 사랑스러워서 다른 것을 찾았던 건데. 거기서 비참함을 얻어 나는 죽어가는구나. 불쌍한 내 동생. 어리석은 내가 너를 더럽혔어. 미안해. 이제 죽음으로 너를 위로해야겠다. 허무하게 흘리는 웃음이 길게 꼬리를 남기며 흩어졌다. 샌즈는 마침내 푸른 별빛들이 반짝이는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만개한 푸른 꽃들은 어둠속에서 은은하게 반짝였다. 꼭 집 한구석에서 나뒹굴던 낡은 별자리 책에서 보았던 은하수 같다. 여기로 할까. 샌즈는 걸음을 멈추고 만개한 메아리 꽃 사이에 섰다. 무겁게 쳐지던 몸이 마침내 쓰러졌다. 푸른 꽃들을 짓누르고, 그 위에 가지런히 손을 모아 눈을 감았다. 죽음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곳이야. 그는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들이 자신을 외롭게 만들기 전에 입을 달싹였다. 그리고 꼭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사랑해.

봉선화가 터지듯 개화한 입술에서 터져나간 말의 씨앗들이 허공으로 퍼져나간다.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물방울의 소란스러운 수다소리도. 사랑스러운 말의 울림은 한참을 워터풀의 부드러운 공기 속을 맴돌다 푸른빛을 내는 꽃잎에 스며들었다. 사랑해. 부드럽게 녹아든 목소리가 꽃잎을 통해 속삭였다.
샌즈는 천천히 호흡을 멈춘다. 톡 하고 장난스럽게 꽃잎을 건드릴 때마다 와르르 쏟아내는 단어의 의미가 그의 가슴에 박혔다. 사랑해. 반복되는 말들을 만족스럽게 받아마신다. 손을 뻗어 꽃잎을 간절하게 쥐어 잡을 때마다 푸른 꽃잎이 하늘하늘 춤을 춘다. 시끄러울 정도로 쏟아져 내리는 말의 파도는 그렇게 그를 삼켰다.
이만큼이나 수많은 사랑 속에 죽고 싶었다. 그동안 쏟아내던 사랑의 말만큼이나 많은 사랑을 바랬다. 하나를 주며 둘을 기대하고, 열을 기대하며 둘을 주었다. 욕심을 부리고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속에 든 것을 퍼주고 팔을 벌려 애정을 구걸했다. 그 결과 끝에, 그는 이제 죽어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결말이 비참했다.
나도 사랑이 필요해. 나도 그걸 원해. 네가 다른 사람에게 주었던 걸 나도 원했어. 나도 그게 필요했어. 사랑한다는 말이. 텅 빈 눈구멍에서 슬픔이 쏟아졌다. 작은 흐느낌이 흘러나와 숨이 막혔다. 와르르 쏟아지는 말들이 샌즈의 작은 머리속을 갉아먹는다. 사랑해, 사랑해. 푸른 꽃잎들은 가짜 사랑을 속삭이며 그를 비웃었다. 네가 듣고싶었던 말이 이거야? 마치 방금 전 그에게 비수를 꽂았던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꽃들은 의미를 물었다. 사랑한다는 말이? 다시 한 번 말해줄까? 나는 너를 ■□?¿?

이제 더는 견딜수가 없어.

마침내 터져나온 그의 비명소리가 쏟아지는 말들을 뒤엎는다. 흐느낌이 거세게 작은 몸을 뒤흔들었다. 아아아! 그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몸부림쳤다. 줄줄 터져나간 슬픔이 땅을 적시고 흐느낌이 땅을 기는 그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단지 마음의 작은 일부일 뿐인데도 고통스러워 견딜수가 없다. 몸부림치고 애원하고 울부짖어도 고통은 더 한 고통을 가져올 뿐이었다.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했던 대가는 이렇게 혹독했다. 흐으윽, 사랑의 말을 속삭이던 꽃잎들은 다시 그를 위한 슬픔을 토해낸다. 사랑받고 싶어. 비참해. 괴로워. 울음소리에 섞인 말들이 다시 그에게 되돌아와서 그를 더욱 슬프게 했다. 나를 괴롭게 하지 말아줘. 나를 돌려줘. 죽고싶지않아. 나는.. 나는...
바람소리가 휘몰아친다. 울부짖음이 가득했던 꽃밭에 잠시간 침묵이 잦아든다. 꽃잎이 바람에 흔들릴때마다 작은 흐느낌만 메아리치다 사그라 들었다. 작게 떨리는 몸은 움직일 줄을 몰랐다. 오랜 슬픔 뒤에 샌즈는 눈을 감는다. 그가 고통속에서 도망칠 방법은 하나였다. 조금씩 부서지며 먼지가 되어가는 작은 손가락 뼈가 땅바닥을 기며 꽃잎에 매달렸다. 톡. 떨리는 손끝이 완전히 부서지기전 마지막으로 터져나온 말은.

제발.
사랑한다고 해줘.
작게 웅크린 슬픔이 메아리꽃 사이에서 한참동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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