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허니머스타드였는데 왤케 됐지..(흐린눈
*역시나 어설픈 마무리
*나 왜 자꾸 개그해보려고 그려냐. 나도 모르겠다.
*도모님(@UT_domo) 화이팅ㅇ0ㅇ)9!
우리 사귀고 있습니다.
깍지 낀 손과 은색으로 빛나는 반지가 끼어진 약지를 동시에 보이며 손을 흔드는 파피루스 앞에 또 다른 파피루스가 으드득 이를 갈며 눈을 빛냈다. 상대에 대한 적의로 가라앉은 눈동자는 당장에라도 상대의 목을 물어뜯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는 짐승의 것과 비슷하다. 파피루스는 눈앞의 남자 몰래 작게 웃음을 토해냈다. 자신과 닮은 얼굴이 불쾌함과 분노로 일그러진 꼴을 지켜보는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약 올라 죽겠나 보군. 파피루스는 처음 보았을 때의 여유가 가득하던 얼굴을 떠올리며 활짝 웃음 짓는 얼굴에 더 큰 웃음을 그렸다. 그 승리감에 젖어 있던 얼굴이 불쾌감과 당혹감으로 일그러지다니. 이만큼 유쾌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처음 샌즈가 자신의 동생을 소개 했을 때의 패배감을 기억하던 파피루스의 입장에선 이만큼이나 확실한 승리 선언은 없었다. 아, 그때의 그 굴욕감이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던 샌즈의 그 눈동자와 확신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동생의 모습에 깨졌던 자신감이 단숨에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의심할 것 없이 그 애정이 담긴 눈은 이제 오로지 자신의 것이었다.
어허. 파피루스는 자신을 노려보는 연인의 형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봐도 이제 소용없어. 이제 이건 내꺼니까. 파피루스는 느긋하게 웃는 얼굴로 가늘게 가려진 눈에 힘을 줬다.
“호오오.... 드으디어 사아귀나 보오지?”
그렇게 삽질을 하시더니? 한참 끝에 열린 입술에선 느릿하게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비웃음을 가장한 으르릉 거리는 목 울림소리가 꼭 위험을 알리는 신호음 같아서 파피루스는 이번에야말로 웃음소리를 밖으로 쏟아냈다. 처음 샌즈와 손을 잡았던 순간만큼이나 기분 좋았다고 말한다면 믿으려나. 제 형을 뺏겼다고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 어린 동생이 우스웠고(1살차이)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과 맞잡은 손만 바라보는 샌즈의 얼굴이 귀여웠다. 파피루스는 이제야 그동안의 울분을 내려놓고 충분하게 승자의 기쁨을 만끽하기로 했다. 자다가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던 패배감은 이제 없었다. 이제 자신의 연인은 온전하게 자신만의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했다. 승자는 여유로운 법이지. 파피루스는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샌즈만이 제 형제의 목에서 나는 거친 으르렁거림에 놀라 깍지 낀 손을 바라보던 고개를 들어 올릴 뿐이었다. 파..팝..?
“왜, honey.”
당혹으로 물든 목소리에 답 한건 샌즈의 옆에 앉아 있던 파피루스였다. 샌즈의 작은 머리가 제 동생과 자신의 연인 사이를 번갈아 본다. 동생에게 건낸 질문을 제 연인이 대답했다는 사실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파피루스가 둘이라 힘든가 보지? 제 연인의 작은 머리가 어지럽게 돌아가는 걸 보며 파피루스는 턱을 괬다. 허둥거리는 모습도 꽤 귀엽다싶어 기분이 좋았다.
이정도면 콩깍지가 씌인 정도가 아니었다.
“어어.. 어.. 노..놀리지 마..! 그.. 파..팝.. 화.. 화났어..? 왜.. 왜 넌 기분이 조.. 좋아 보이는 거야?”
당황한 샌즈의 모습에 울화통을 터트리는 것은 이제 동생인 파피루스의 몫이었다. 저런 씨발! 멍청한 놈아! 분노가 차오른 입에선 평소와 같은 험한 말일 튀어나올 뻔했으나 파피루스는 그게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나오지 못한 욕설은 입 안 가득 차오르다 분노로 산화되었다.
파피루스는 제 형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 가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 그게 소중해 주변의 것들은 잘 보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 번 다른 것에 빠져들기 시작한 샌즈는 파피루스조차도 막을 수 없었고 제 아무리 제 동생을 어여삐 여기는 샌즈라도 제 연인에게 삿대질을 하는 모습을 참아내지 못할 거란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이를 득득 갈았다. 저 놈팽이 같은 놈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는지 눈에 보이듯 뻔한데 제 형만 아무것도 모른다. 순진하기 그지없는 제 형은 자신의 연인이 연애사실을 알리자는 말을 순수하게 받아 들였을 게 뻔했다. 그게 소유욕과 과시욕을 자랑하기 위한 자리란 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웃었을 제 형을 떠올리니 파피루스는 속에서 울분이 터졌다. 그리고 그 결과로 자신이 보고 있는 눈앞의 광경에 대해서도! 씨발! 내가 제 명에 못살지!
“파..팝..”
제게 치근거리는 연인을 살며시(살며시!) 밀어낸 샌즈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말을 꺼내는 것을 보고 파피루스는 차라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었다. 무슨 중대 발표라도 말하듯 긴장한 얼굴에서 나올 말은 안 봐도 뻔했다. 이것도 저 놈이 시켰겠지. 무슨 말로 제 형을 꼬셨을지 생각하니 베알이 꼴려 죽을 맛이다. 제 형제를 체간 도둑놈이 저 보란 듯이 저렇게 끈적한 눈으로 제 형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 마디도 할 수 없다니. 울화통이 터지는 속은 당장에라도 저 능글맞은 얼굴에 물을 뿌리라고 성화인데 파피루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놈팽이(?)를 노려보는 것이 파피루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파피루스는 귀를 막고 싶었다. 뭐 말할지 알 것 같으니까 말하지 마. 말하지 마!
“나..난, 파..팝한테.. 꼭 축하 받고 싶어.. 가..가족한테 받는 축하가 최..최고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익숙한 다정한 웃음이 파피루스를 향했다. 파피루스는 이제 그냥 울고 싶었다. 이런 확인 사살은 원하지 않았는데. 파피루스가 원하는 건 저 능글맞은 얼굴에 물이나 끼얹고 덤으로 테이블도 엎어버리는 것이었지 제 형제의 사랑에 빠진 얼굴이 아니었다. 그러나 때는 너무 늦었나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가장 사랑하는 가족에게 축하 받고 싶다는 생각에 들떠있는 제 형제는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깍지 낀 손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눈동자도 느슨하게 풀어진 입가도 파피루스의 눈에는 너무 선명하게 보여서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하는 행동은 험해도 제 형제만큼 샌즈를 아끼던 파피루스였다. 현실에 눈이 어두운 제 형제가 곱고 착한 연인을 만나 행복하기만을 바래 눈에 불을 키고 지켜왔더니 결국은 그걸 채간 게 저런 속이 시커먼 놈이었지만, 제 형제의 행복한 얼굴을 보니 헤어지란 말도 꺼내기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아무리 파피루스가 거부한다고 해도 결국은 샌즈의 인생은 샌즈가 결정하는 것이었다. 파피루스는 힘겹게 떨리는 입술을 뗐다. 아직도 거절의 말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파피루스는 행복해 보이는 형제의 얼굴을 바라보며 참아야했다. 그래.. 네가 행복하다는데 내가 어쩌겠냐.
“팝...”
“샌즈..”
“....”
“...축...하해.”
“파..팝..!”
“오, 고마워. 처남.”
시발!!!! 역시 아닌 거 같아!!!!
*뒷이야기
파피루스는 자신 앞으로 배달 된 편지 한 장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기함을 토해냈다. 이 시간의 층간 소음이 얼마나 두려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며칠 전 아랫집에서 쫓아온 주인아주머니의 삿대질에 이미 끔찍할 만큼 잘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소리를 지르지 않고는 이겨 낼 수가 없었다. 아니 견딜 수가 없다!
OMG!
OMGOMGOMGOMGOMG!!!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듣는 사람 하나 없이 의미 불명의 괴성을 내지르던 파피루스는 꽉 움켜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아 뽑다가 발 알래서 굴러다니는 종이를 우악스럽게 움켜잡았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다시 봐도 믿을 수가 없다. 알록달록 크레파스로 그려진 편지에는 길쭉한 사람이 하나, 작고 귀여운 사람이 하나. 총 두 명의 인간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고 그 모습위로 무지개처럼 펼쳐진 글자는
‘우리 사귀고 있어요! 축하해 줘요!’
....라고 제 주인의 성격만큼 발랄하고 해맑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OMG! 샌지! 샌즈! 형! 파피루스의 괴로운 신음성이 허공을 울렸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을 거부하기 위해 제 형이 손수 그렸을 편지를 한참이나 보아도 여전히 편지 위에 떠돌고 있는 문자는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파피루스는 욕설을 내뱉었다. 위가 아파오고 배가 꼬이는 기분이다. 제 형을 데려갔다고 자신의 형을 빼앗을 줄이야. 이보다 더 큰 뒤통수는 없다. 제 형과 사긴다고 죽일 듯이 노려볼 때는 언제더니! 더하잖아! 그러나 파피루스가 제 형을 못 이겼듯이, 이쪽의 파피루스도 제 형을 이길 가능성은 없다는 걸 파피루스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파피루스는 잔뜩 구겨진 편지를 손에 움켜쥔 채 한참이나 몸을 떨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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