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풀었던 짧은 글 모음 세개]
*므뫄아님이랑 트위터에서 놀다가 나온 짧은 글.
~의식의 흐름~
샌즈는 목 안쪽 깊이 터져나오려던 신음 대신 제 입안으로 들어온 손끝을 깨물었다. 아야! 그러자 작게 아파하는 소리가 들린다. 샌즈는 흉흉하게 빛나는 눈동자를 굴러 상대를 바라보았다. 여유로운 잘난 얼굴이 일그러지는 꼴이 볼 만하다. 굴욕감과 분노로 눈앞이 흐렸지만 이 모습만큼은 놓칠 수 없다면 샌즈는 킬킬 웃음을 터트렸다.
아프잖아, 샌즈. 샌즈 대신 비명을 터트린 이는 꽉 깨물려 피가 흐르는 제 손을 보다가 자신을 노려보는 샌즈의 입안을 헤집었다.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자비롭고 상냥한 주인의 역할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역시 들개는 입마개가 필요한 법인데. 아, 나는 샌즈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제하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착하게 있자? 목 깊숙히 파고든 손끝이 목젖을 꾹 누르고 방긋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절로 터져나오는 헛구역질에 입을 벌린 샌즈가 콜록 거리는 기침을 내뱉기도 전에 혀끝을 긁어내리는 손길에 샌즈는 다시 눈물을 글썽여야했다.
자신을 굴복시키려하는 이 남자는 무엇이 목적이기에 자신을 이렇게 짓밟고 깔아 뭉개는 걸까. 샌즈는 턱을 타고 흘러내리는 침을 삼키려다 남자의 손이 자신의 혀를 꾹 누르며 입천장을 더듬는 것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입안의 여린 부분을 살살 긁어주는 남자의 손길은 차라리 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주인의 손길처럼 가볍고 부드러웠다.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에 발끝이 움츠러든다. 남자의 손길이 부드럽게 움직일 때마다 샌즈의 머리 또한 가볍게 흔들렸고, 샌즈의 몸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샌즈는 질끈 눈을 감고 혀로 남자의 손길을 밀어본다. 가볍게 밀려나는 듯 하던 손길은 금세 샌즈의 혀와 얽히고 깊은 키스처럼 질척이게 움직였다. 아, 샌즈. 남자의 목소리가 기쁨에 차오르는 걸 보고 샌즈는 차라리 두 귀를 잡아 뜯고 싶었다. 남자의 목소리는 분명하게 열기에 차있었다.
"애교부리는거야? 이 착한 강아지 같으니. 옳지. 착하게만 있으면 나쁘게는 굴지 않아. 네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줄게. 사랑스러운 동생과 타인의 생명에 짓눌려야 했던 네 운명에서 말이야. 너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아도 돼. 책임은 주인된 자의 것이지. 너같은 개는 애교나 부리면서 꼬리만 흔들면 되거든."
남자는 마지막으로 샌즈의 혀를 손톱으로 긁어내리고 타액으로 범벅된 손을 꺼냈다. 경악으로 물든 눈동자와 마주하는 건 아주 즐거운 일이다. 남자는 가늘게 웃었다. 벌써부터 그려질 미래에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샌즈는 아주 혈통 좋은 개였다. 잘만 훈련시키면 자신의 충성스러운 하인이 되어주리라. 그리고 그 미래가 얼마 남지 않음을 남자는 알고 있었다.
"네 고통에서 해방시켜줄게."
"복종해."
"샌즈."
"자, 짖어봐."
*펠샌 고통 받는 이별썰
정당한 거래였다.
담보는 서로의 몸. 애정도 사랑도 없이 서로의 몸을 탐하고 정을 통하기만 하는 단순한 행위. 온기도 달콤함도 잠깐의 눈속임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무엇을 꿈꿨는지, 정당한 거래의 끝을 알리는 소리에 질끈 눈을 감았다.
고통의 신이 있다면 그는 온 인생동안 그에게 사랑받았을 것이다. 그의 육체는 조각조각 난 넝마였고 하나 남아있던 마음도 천 갈래로 찢어져 고통스런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왜 나여야 하나요. 비탄에 잠긴 신음은 울음도 되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이제 그만할까?
생긋 웃는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며 자비롭게 속삭이는걸 보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거래의 조건이었다. 매달리는 것조차 될 수 없는 게 그의 인생이었다.
오, 생각보다 무덤덤한데. 탄성과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가 그를 비난했으나 그는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고통은 익숙해지는 일은 없어도 무뎌지는 것은 가능했다. 절망이 그를 낭떠러지 밑으로 밀어 넣어도 그보다 더 한 고통을 떠올리며 신음성을 참다보면, 고통은 어느새 온전히 그의 것이 됐다.
그만의 것이 되었다.
"처음에 받았던 거 돌려줄게."
작게 의자 끌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별도 그렇게 끝이었다. 탁자 위로 떨어진 열쇠가 햇빛에 반짝인다. 가늘게 실눈을 뜨고 바라본 그의 세상은 우습게도 빛이 가득했다. 미련도 후회도 없이 저 홀로 떠나는 이의 발걸음만 가벼웠다.
고통은 여전히 그의 것이었고 떠나는 이가 떠민 고통 또한 이제 그의 것이 되었다. 아아. 탄식 섞인 한숨이 세어 나온다. 비명을 지르기에 그의 몸은 너무 낡고 오래되었다. 그는 덤덤하게 손을 뻗어 열쇠를 손에 쥐고 자리를 떠났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의 세계가 단 한 조각도 내 것이 아니라면 죽음은 내 것이 되어줄까.
떨리는 손이 나이프를 쥔 채 호흡을 멈추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아주 느리게 가는 선을 그렸다. 야금야금 빠져 나가는 생명이 그렇게 우습고 비참할 수가 없다. 조금 더 하면 아주 깊은 곳 까지 도달 할 수 있는데. 그러나 그가 선뜻 죽음에 다가서지 못하는 것은 죽음마저 그를 버린다면 더 이상의 고통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었다. 죽음만큼은 최후의 최후의 최후까지 제 편이 되어줄 아군 이어야했다.
*TS 본브로와 펠그릴비와.. 샌즈 포니테일 해줘...
*너는 이거 말고는 볼게 없으니까. 관리 잘 해.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드는 빗의 날카로움도 폭신거리는 마시멜로처럼 부드러웠고, 다소 거친 손길도 미치도록 설레였다. 으..응, 울컥 하고 터져나오려던 감정 대신 다짐하듯 꽉 쥔 손끝이 화끈거려 조용히 고개를 숙여야 했던 날. 조금 거칠고 다정한 그 목소리에 신음을 삼켜야 했던 날.
샌즈는 그 날을 회상한다. 높게 묶은 머리카락이 뒷목을 간질이던 그 감촉과, 다소 가라앉은 눈을 한 사랑스러운 자매의 얼굴. 자매의 스카프로 쓰이던 리본의 선명한 붉은 빛.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눈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손으로 문질러 닦아낼 때마다 검은 재가 묻어났고 물기에 젖어 볼을 간질이는 머리카락은 손이 닿을 때마다 잘게 부서졌다. 샌즈는 헐떡이는 숨을 목 안 깊숙히 눌러삼켰다. 방울방울 쏟아지는 눈물을 멈추지는 못했으나 신음은 삼킬 수 있다. 으흑. 삼킨 숨이 속안에서 썩어들어간다. 그게 샌즈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오, 샌지."
그렇게 우는 것도 예뻐.
소리치고 욕을 내뱉고 주먹을 휘두르는 일은 이미 한차례 지나간 뒤였다.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머리카락은 소름끼치는 웃음을 쏟아내던 남자가 뿜어내던 검은 불길에 휩쌓여 재가 되었다. 간신히 목덜미를 덮는 머리카락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윽....흐... 나쁜..놈...
맞아. 내가 좀 나쁜 남자지. 목덜미에 닿는 손길은 미칠듯이 뜨거웠으나 오히려 오한이 들었다. 샌즈는 작게 몸을 움츠리며 눈을 감았다. 제 몸을 찍어누르는 거대한 무게를 이겨 낼 방법이 없었다. 거부의 의사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리고 거친 욕지거리를 내뱉어도 바뀌는건 없었다.
"긴 머리도 예쁘긴 했지만. 내 취향은 이쪽이거든. 정말 잘 어울려 샌지."
푸른 보랏빛의 눈동자가 가늘게 휘어지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