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팝펠샌 드랍
*원고 일부인데 너무 거지같아서 드랍
*펠브로
열기와 목마름에 신음하는 몸이 러그 위를 기어 다녔다.
색색 내뱉는 숨이 열기에 녹아내린다. 입안에는 침이 흥건하게 고이는데 식도로 넘어가는 목구멍은 물이 부족한 논바닥처럼 물기 없이 쩍쩍 말라붙었다. 턱 끝을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타액을 삼켜보려 해봐도 혀를 누르는 묵직한 이물질 탓에 목으로 넘어가는 침의 양은 적었다. 흐으윽. 참고 참았던 신음들이 입안에서 흩어졌다. 샌즈는 동그랗게 말아 쥔 양 손에 힘을 주었다. 신음이라도 내뱉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 괴로움을 견딜 수 없었다. 점점 가빠지는 숨과 타들어 가는 갈증의 고통은 머릿속을 하얗게 비어가고 있었다.
쩍 붙었다 떨어지는 목구멍 탓에 목울대가 크게 울렁인다. 목구멍 안의 뜨거운 살덩이들이 물기 없이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 바짝바짝 마른 목 안이 찢어질 듯 아팠고 뚝뚝 흘러내리는 타액을 핥아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로 갈증에 대한 괴로움으로 가득했다. 아. 턱 끝을 줄줄 타고 흘러내리는 타액이 러그를 짙은 다홍빛으로 물들인다. 부드러운 러그 위에 이마를 문대던 샌즈의 눈빛이 흐릿해졌다. 몸이 한계를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은 무리야.
작게 몸을 웅크리고 러그 위를 굴러다니던 샌즈가 팔을 뻗었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튼튼한 두 다리 대신 팔다리를 사용해 짐승마냥 바닥을 기어 다니던 샌즈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 앞으로 열 걸음. 이 고통에서 해방 될 유일한 방법은 오직 그 앞으로 가는 것뿐이다. 괴로움에 허덕이는 몸이 느릿느릿 팔다리를 기기 시작했다.
이것만 없다면 숨이라도 크게 내쉴 텐데.
혓바닥과 이 사이에 끼워진 볼개그는 숨조차 편하게 쉴 수 없게 만들었다. 하얀 나신에 맺힌 땀방울들이 중력을 따라 러그 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딱 열 걸음. 그뿐인데도 이 멀지 않은 거리가 꼭 천리길 같다. 턱 끝까지 맺힌 숨이 땀방울을 따라 같이 흘러내려갔다.
흐윽, 하고 새어 나가는 신음소리에 힘이 없었다. 조급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몸은 자꾸만 휘청였고 몸을 지탱하는 팔 다리는 저릿 거리는 통증에 시달렸다. 고통이 가속 될수록 신음대신 울음소리가 베어 나왔다. 빨리, 빨리. 머릿속이 한 가지 욕구로 가득 차오른다. 까맣게 내려앉은 시야 끝으로 까만 구둣발이 보였다. 아. 샌즈는 울음이 섞인 한 숨을 내뱉었다. 이 까만 구둣발이 샌즈가 찾아 헤매는 목적지였다.
“후우욱...”
목적지에 다달은 샌즈가 울음 섞인 숨을 헐떡인다. 짧은 속눈썹이 땀에 젖어 몇 번이고 위아래로 껌뻑였다. 힘겹게 도달한 목적지에 오만하게 자신을 내려다 보는 남자가 있었다. 깔끔하게 넘긴 머리카락과 고운 이마, 날렵한 코끝과 발간 입술. 살짝 치켜 올라간 눈매하며 균형 잡힌 몸까지. 샌즈가 표현 할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모아도 모자른 이 남자가 샌즈를 괴로움에서 구원해줄 유일한 구원자였다. 샌즈는 주저앉은 자리에서 숨을 고르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향해 애타는 시선을 건냈다. 팝. 파피루스.
“왜?"
턱을 괸 손끝이 맨질맨질 빛이 났다. 며칠 전 샌즈가 발라준 검은 매니큐어는 아직도 파피루스의 손톱 끝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눈앞이 아찔하다. 자신과 눈을 맞추는 파피루스를 바라보던 샌즈가 앞발의 역할을 하고 있는 팔을 들어 파피루스의 몸에 매달렸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고 있을 텐데도 모른 채 자신을 내려다보는 얼굴이 야속하다고 생각했다.
“힘들어?"
뚝뚝 떨어지는 타액이 파피루스의 구둣발 위로 떨어져 내린다. 끄응. 짐승마냥 앓는 소리를 내자 파피루스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샌즈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살살 쓸어 내렸다. 착하지. 나긋한 목소리가 목덜미를 간질였다.
혀뿌리에 남아있는 침을 삼키려는 듯 두어번 정도 움직이는 목울대가 파피루스의 깨끗한 눈동자에 고스란히 비춰졌다. 나른하게 깔려있던 눈동자가 힐끗 엉망이 된 샌즈의 얼굴을 살피다가 꼬았던 다리를 풀었다. 허공에 들려있던 다리 한 쪽이 땅을 딛는다. 샌즈는 살짝 올라간 바짓단 사이로 가늘고 하얀 발목이 반질거리는 것을 엿보며 신음소리를 삼켰다.
샌즈. 제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움츠러들려는 고개를 들었다. 제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드는 빨간 눈길이 평소와 달리 퍽 다정했기에 오히려 난폭하게 느껴졌다. 팝... 파아압... 샌즈는 나오지 않는 말 대신 잔뜩 뭉개진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못 견디겠어?”
상냥한 목소리가 꼭 날이 선 칼날 마냥 날카롭다. 샌즈의 하얀 목덜미 위로 살갗이 오돌토돌 일어났다.
한 순간 제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오한에 몸을 떨었다. 자신의 군주가 내리는 자비 어린 말들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다정한 목소리는 귓가를 녹이지만 그 의미마저 다정한 게 아니라는 건 샌즈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샌즈의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굴러다녔다. 어떻게 하면 파피루스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고 알맞은 대답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모양새였다.
파피루스는 느긋하게 샌즈를 살폈다. 퍽 다정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즐거움과 흥분으로 물들었다. 딱히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었지만 목소리에 날을 새우는 것만으로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필사적으로 고민하는 개를 지켜보는 것은 상당히 즐거운 일이었다.
한참을 고민 끝에 아양을 부리는 짐승마냥 고개를 치켜든 샌즈가 파피루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며 앓는 소리를 냈다. 끄응, 하는 콧소리가 제법 짐승의 것과 닮아있었다.
발끝에 이마를 대고 가볍게 머리를 부빈다. 바짓단 사이로 드러난 하얀 발목에 입을 맞추고 습기가 가득한 눈을 들어 파피루스를 바라봤다. 작게 새어 나오는 신음은 멈추지 않았다. 제발, 하고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가 신음에서 베어 나오는 듯 했다. 당장이라도 몸을 뒤집어 배를 보일 것처럼 구는 샌즈를 바라보던 파피루스의 입가가 가늘게 호선을 그렸다.
“말로 해봐. 샌즈. 응? 아, 지금은 못하나?”
정말 짐승 같아. 한껏 기분이 좋아진듯 가늘게 휘어지는 눈꼬리가 예쁜 웃음을 만들고 있었다. 두피를 살살 쓸어내리던 손길이 그대로 볼 위를 기었다. 목이 말라서 그런 거지? 볼을 토닥이던 손이 턱 끝에 맺힌 타액을 닦아냈다. 그러더니 샌즈의 입에 물린 볼개그의 구멍 틈새를 손끝으로 더듬는다. 갈작이는 소리가 이를 타고 샌즈의 머리를 울렸다. 이렇게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데 목이 안마를 리가 없겠지. 부러 험한 말을 쓰는 입술이 명백하게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를 내뱉었다. 안 그래? 아름답게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샌즈는 작게 몸을 떨었다.
“이거. 풀어줄까?”
톡톡. 파피루스의 검지 손가락이 샌즈의 입술을 두드린다. 정확하게는 입술 사이에 위치한 볼개그를 두어 번 정도 부드럽게 두드리더니 군데군데 파인 구멍을 꾹 눌렀다. 턱도 아플 거 아니야. 어떻게 할까? 풀어줘? 샌즈는 성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퍽 다정한 채 하는 목소리가 자신을 비웃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파피루스는 그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줄 것이고 파피루스의 듣기 좋은 미성은 몸 이곳저곳을 돌며 온 몸을 뜨겁게 달궜다. 온 몸에 열이 돌았다. 뱃속에서부터 피어오르는 열기가 이성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팝. 얼른. 애타는 눈빛이 통했는지 타액으로 미끈거리는 파피루스의 손이 목뒤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해방감에 갸르릉 거리는 목울림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푸... 하아... 헥..."
"입 벌려."
타액으로 범벅이 된 볼개그가 파피루스의 발치로 떨어졌다. 샌즈는 데구르르 굴러가는 볼개그를 눈으로 쫓다가 탁, 하고 바닥을 내려치는 구두굽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것을 신호로 샌즈는 개처럼 두 팔로 몸을 지탱하고 입을 벌렸다.
한 줄기의 물의 길이 샌즈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린다. 곧이어 제 위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온 몸을 적시고 꾹 감은 속눈썹에 맺혔다. 가뭄 뒤에 찾아온 단비를 맞듯 혀를 길게 내뺀 샌즈의 입술이 가늘어졌다. 잔뜩 물러진 혀끝을 타고 차가운 액체가 목구멍을 적신다. 잔뜩 열이 달아올랐던 목구멍 안으로 수분이 들어가고 끔찍했던 갈증대신 감미로운 해방감이 들었다. 참고 견딘 뒤에 찾아오는 보상은 이렇게도 달았다. 모든 괴로움 뒤에 찾아오는 쾌감. 이 보상이 있기에 그 모든 괴로움을 견딜 수 있다. 고통을 견디면 당연하다는 듯 쫓아오는 보상에 샌즈는 자연스럽게 길들여져 있었다.
바짝 말라있던 목 안에 수분이 돌자 호흡이 좀 더 가벼워지고 늘어지던 몸에 기운이 돌았다. 일정한 줄기를 유지하던 물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졌다. 아직. 조금만 더. 길게 빠져 나온 혀가 탐욕스럽게 움직인다. 샌즈는 입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액체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 마시기 위해 쭉 뻗은 몸을 좀 더 들어올렸다. 턱 끝으로 땀인지 타액인지, 물인지조차 알 수 없는 액체가 흘러내렸다. 작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끝."
온 몸을 적시던 물줄기는 금세 동이 났다. 파피루스가 우아하게 제 손안에서 뒤집힌 크리스탈 잔을 탈탈 털어내더니 의자 옆 탁자에 잔을 올려두었다. 샌즈는 아직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입술을 핥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눈치채곤 입을 다물었다.
한 순간 조용한 적막이 흘렀다. 느슨한 긴장감이 두 사람 사이를 맴돈다. 공손하지만 욕망이 가득한 눈망울이 파피루스를 살폈다. 잘 길들여진 개는 영리하게 제 주인이 원하는 법을 찾기 마련이었다. 샌즈는 파피루스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용히 파피루스의 무릎 위로 머리를 기댔다. 어느 짐승인지 알 수도 없는 목울림 소리를 내며 그 몸에 제 머리를 기대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샌즈.”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샌즈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샌즈는 고개를 들어 얌전히 파피루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평소와 다른 부드러운 웃음은 꼭 샌즈를 설레게 만든다. 샌즈가 가장 사랑하는 붉은 눈동자가 샌즈와 같은 생각으로 반짝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샌즈는 이 순간을 가장 사랑했다. 서로 만을 바라보는 순간. 눈이 마주치는 그 순간. 그를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뭐든지 내어줄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 샌즈는 자신이 해야할 바를 알아채고 몸을 들어올렸다. 버클 위로 닿은 입술이 익숙하게 지퍼를 찾아 물었다.
손을 대지 않고 바지를 끌어내리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샌즈는 개였고, 파피루스는 그의 주인이었다. 샌즈는 그가 원한다면 언제든 그의 개가 될 생각이었다.